이 프로젝트는 한 예술가의 작품을 참여자들에게 보내
일정 동안 소장하게 함으로써
예술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대화를 통해 탐구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대면 인터뷰: 송영덕, 정해순, 최재은, 한민규
서면 인터뷰: 이정미, 육인애, 박동주, 신승철, 박상현
0.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양이에게 다섯 가족이 얹혀사는 에듀푸어 부모이자 주부이며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는 이정미 입니다.
1. 이 그림은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몇 번째 그림인가요?
벽이 허전해서 제가 손을 이용해 발처럼 그린 세 점의 그림 후 네 번째 그림이자, 제대로 된 작품으로는 첫 번째 그림입니다.
2. 첫 번째라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말 그대로 ‘작가’의 작품을 집에 걸고 싶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것 같아서 결정했습니다. 또한, 작가분 성함이 저희 남편과 앞 자와 끝 자가 같아서 필시 인연인 그림이다 싶어서 더욱 흐뭇했습니다.
3. 어디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실 피아노 위 공간의 벽에 걸었습니다. 그 공간은 자칭 저만의 예술 공간이거든요. 음악과 그림의 만남으로 집이 한층 교양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어느 정도 될까요?
이백만 원 정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5. 자신의 공간에 이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작품이 심오하기도 해서 보면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좋지만, 공간의 꾸밈 역할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흰 벽에 환한 색채의 그림이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림 사이즈가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6.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거실이 저의 활동 공간이라서 화분에 물 주듯이 하루에 여러 번 그림과 눈 맞춤을 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눈길을 보내는 것은 아니고 제 시야에 들어오면 정적으로 담았다가 다시 시선을 옮깁니다. 시선의 움직임은 오른쪽에서부터 거실 창문 밖의 세계, 캣 타워, 거실 창, 피아노와 그림 그리고 멈춤입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상착륙’이라고 짓겠습니다. ‘공중비행’이라는 원래 제목을 알기 전에는 하늘을 날다가 뱅글뱅글 착지하는 갈매기처럼 보였습니다. 온통 흐릿한 날 하늘을 나는 새조차 지치고 길을 잃을 때, 바람을 저항 삼아 단풍잎 씨앗처럼 중력을 의지해서 뱅글뱅글 떨어지는 모습. 그러나 방수되는 깃털을 가진 어여쁜 갈매기는 발만 새초롬히 물속으로 젖어 들겠지요.
8. 이 그림이 이 공간에 있었던 두 달 동안 그림을 오래 바라보았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그때가 언제입니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작품을 가져온 첫날부터 어떠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인지했습니다. 그러나, 억지가 아니라 어느 날 문뜩 번뜩이는 구절이나 모티브가 생각나서 한참을 쳐다보며 그 기분을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데미안’의 ‘아프락사스’가 떠올랐습니다. 알을 깨고 날아오르는 아프락사스는 사실 어느 갈매기건 간에 그 순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또한 그런 초월의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저 갈매기도 그러했으면 했습니다.
9.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도 했었나요?
지겹다기보다 내 것이 아니기에 여러 생각지 못한 요인으로 손상이 우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 그림으로 저 공간을 꾸며도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저는 그림을 정말 모릅니다. 가슴으로 낳아 붓으로 키운 그림 값을 제가 이렇다 저렇다 감정하기가 싫어요. 오백이면 오백이구나. 오십이면 오십이구나. 전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네. 대여의 대가로 내 지난 감정을 산다는 것이 너무 매력 있습니다.
이록현 작가님, 제 남편은 이목현 입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혹시 진성 이씨와 관련이 있으신지. 그림을 잠시 소유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래동에 거주중인 예술을 사랑하는 육인애 입니다.
많은 직업 (주부, 사업, 프리랜서디자이너, 투기꾼 등)을 가지고 있어 육잡스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몇 번째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주 그림을 교체합니다.
2. 첫 번째라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실에서 제일 벽면이 넓은 곳이 거실의 분위기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그곳에 걸어두었습니다.
3.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4. 공간에 이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어울리는 그림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5.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소파에 누워 바람 부는 오후를 만끽할 때 그림을 오래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6.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위트홈’ 누구에게나 집은 있듯이 모양만 다를 뿐 닭장 같아 보이는 저 작은 문들 속의 집이 그들에게는 어느 공간보다 따뜻한 안식처일 것 같습니다.
7.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처음 그림을 걸어두려고 위치 선정할 때, 균형 잡을 때, 손님이 와서 그림을 보며 같이 이야기 나눌 때 오래 보았던 것 같습니다.
8.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집안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입니다. (개인적으로 집안을 잘 뒤집습니다.)
9.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볼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의미가 계속 생겨난다고 해야 할까 집과 하나가 되는 느낌입니다.
10.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네!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작가님의 멋진 작품을 좋은 기회를 통해 우리 집에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영기업 박동주입니다. 저는 군 제대 후 1980년대부터 도일초경(주)에서 선반, 밀링을 시작으로 중간관리자로 사내 Q,C (품질관리), 카다로그 제작 등을 담당했습니다. 100명의 직원 상대로 한 관리직 업무가 힘들어 퇴사하고 1988년 독립하여 문래동에 대영기업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제 사무공간에 걸린 첫 번째 그림입니다.
2. 첫 번째라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도 있었고, 작은 공간이지만 그림이 걸려 있으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 그리고 권유하신 분에 대한 성의 등이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3.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무실 출입문 바로 옆 공간에 걸었는데, 수시로 바라보기 쉬운 곳을 선택했습니다. 자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 있어야 무엇을 의미하는 그림인지 또 작가의 의도와 저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만큼 인가요
그림에 대한 문외한인데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되고 작가에 대한 예의 아닌 것 같아서 돈으로 값을 매겨 보지 않았습니다.
5. 공간에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공간에 작품이 어울리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없을 때보다 훨씬 나은 것 같고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6.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던가요?
작품이 출입문 쪽에 있어서 손님이 올 때나, 책을 읽다가도 무심코 눈이 가 있곤 합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이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희망’ 또는 ‘빛’이라 붙이고 싶네요. 그림을 볼 때마다 약간은 무거운 느낌에서 오는 강한 생명력, 어둠 속에서 인내하며 새싹이 움터 나오는 형상을 보며 묘한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막막한 바다에서 그것이 코코넛 열매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검은 파도를 타고 씨앗이 떠 내려와 척박한 모래밭에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워내는 모습이 마치 절망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하는 느낌이 들어서 붙여본 제목입니다.
8.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바라볼 때마다 끈질긴 생명력, 인내하며 견디는 힘을 느끼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9. 그림 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지겨워지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색감이 좀 밝은 그림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적은 있습니다.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작품을 평가할 정도의 안목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작품가를 얘기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 생각하고, 작품에 대한 느낌과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만 생각했습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조심스럽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공간이라 작품에 대한 훼손이 우선 걱정되고, 아직은 어떤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하여 대여해 주신 작가에 대한 결례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습니다.
우선 건강하고 초심을 잃지 말고 당당하게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들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인정받기까지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이런 것들을 이겨 나가는 것도 작가의 자세 또는 어려움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래동 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친구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있는 신승철 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의 『세 가지 생태학』으로부터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ecosophialab.com) 설립의 영감과 지혜를 얻었으며, 탈성장 전환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 『가난의 서재』, 『생태계의 도표』, 『모두의 혁명법』, 『탄소자본주의』, 『구성주의와 자율성』 등이 있습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전체 공간에는 세 점 정도의 그림이 있으므로 네 번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실에 걸린 건 처음이지요.
2. 첫 번째라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그림을 걸어두는 곳이 없었지만, 그림을 통해서 공간의 분위기와 스타일의 전환을 꿈꾸어보았습니다.
3.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선의 흑백 위로 빵 그림이 올라가 있는 그림입니다. 저는 그런 말라가는 빵의 이미지와 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빵을 말려서 우유에 적셔 먹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세요?
10만 원 정도, 하지만 최대 30만 원 정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5. 공간에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어울립니다. 매우 분위기가 있어요.
6. 어떤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작가로서 작품 구상할 때, 아이디어를 위해서 이따금 봤습니다. 마치 실존이 던지는 화두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꿈꾸는 식빵: 꿈처럼 망상적 도식화를 통해서 자기 생산하는 식빵의 발효과정을 생각해봤습니다.
8. 두 달간 그림을 소장하면서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혼자 작업실에서 생각할 때 우두커니 지켜보았습니다. 일종의 넋 놓기의 명상 방식이었습니다.
9.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지겹지는 않았고,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분위기나 스타일이 영감을 주니까요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약간의 변화는 있습니다. 가격만이 아니라, 그것이 나의 삶에 들어와 있어서 생긴 가치도 있습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네 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재특이화’하는 과정이 바로 예술이라고 합니다. 늘 하루하루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 특이한 예술은 늘 잠재성으로서의 물음표를 가지고 있어서 좋습니다. 즐거운 작품 활동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등포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겸 기획자 박상현입니다. 올해부터 문래동에 작업실을 꾸려 여러 활동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작업실에는 ‘공간 상현’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라는 뜻이 있는데 다양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나의 공간에서는 나의 상상, 다른 이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여 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공간 상현에서 공간 기획 및 문화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공간 상현 공간에 걸리는 그림으로는 첫 번째입니다.
2. 첫 번째라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공간을 다채롭게 꾸미고 싶고 다양한 이야기가 담기길 원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림을 거는 것은 좋은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간에서 제일 큰 벽면에 설치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림에 집중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정당한가요?
제가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란 힘들지만. 해 보자면 50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 공간에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림 자체는 어느 용도의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림이 걸리는 벽면의 색상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 것 같습니다.
6.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모기를 잡으려고 하면 모기가 안 보이듯이 그림을 보려고 할 때보다 무심코 지나치는 시선일 때 눈에 들어왔습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의 제목은 ‘정지.’ 이유는 그림 안에서 매개체가 순간적으로 가져다주는 느낌이 멈춤이기에 정지라는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8.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지금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보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위에 말했듯이 평상시 그림을 보는 순간들은 지나가는 시선이 멈춘 그 순간들이라 평균적으로 본 시간이 비슷했습니다.
9. 그림이 자신의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지겨워지지 않았습니다.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다음 그림을 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공간과 더 어울릴 수 있는 그림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12. 좋아하는 작품을 일정 기간 대여료를 지불하고 대여한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구독비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5만 원-10만 원 정도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두 달 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에 정이 생겼습니다. 그림에 정이 생기는 감정을 처음 겪어보았습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정이 생길수록 친해질수록 더 다양한 모습을 보듯이 그림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 못 느끼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처음에 안 보였던 부분이 보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도림에서 나눔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송영덕 법무사 라고 합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작품을 몇 점 걸어두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까지 하면 네 번째 작품이 되겠네요
2.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작가들의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주는 것에 의미가 있겠다 싶은 마음에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3.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무실에 그림을 걸어두었고 그 이유는 사실은 제가 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무들인데그림을 보는 순간에는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것을 얻기 위해서 그림들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지금 사무실이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공간의 여백에 이런 그림들을 걸어두면 오시는 분들도 기분전환이 될 수 있고 저 역시도 그래서 여백의 공간에 그림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사실 그림의 가격을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요. 그럼에도 제가 만약에 문래동의 전시장에서 그림을 돈을 주고 산다면 한 30만 원 정도로 생각하고 구입 했을 것 같습니다.
5. 공간에 이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그림이 좀 어둡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오래 두고 보니 그림에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그런 것을 찾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저 그림을 봤을 때는 굉장히 어두운 공간에 혼자 버려진 듯 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픈 새 같은 이미지로 다가왔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저 새를 감싸고 있는 노란빛이 저 새가 갖고 있는 힘으로 느껴지면서 아 저 새는 도움을 필요로하는 새가 아니라 외롭고 고독하게 혼자 철퍼덕 앉아 있 긴 하지만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날아갈 수 있는 새가 아닌가 하는 느낌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6.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정신없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할 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 있습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저는 고독한 작은 새의 휴식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둡고 고독해 보이지만 그림 속 새는 아프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새가 아니라 혼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날아갈 수 있는 새 같은 느낌에서 이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8.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그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게 한 보름 전쯤인 것 같은데 그동안은 저 새는 내가 도와줘야 할 불쌍한 새인가 하다가 노란빛과 더불어 새로운 의미를 생각했을 때 오래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9.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특별히 지겹다는 느낌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매겼던 작품가에서 변화가 있나요?
아무래도 그림 속의 새에게서 긍정적인 희망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니 그림의 가격에 변화가 생기게 된 것 같고 굳이 금액으로 말씀드리자면 50만 원 정도 생각합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사무실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길 계획이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좀 더 넓어진 여백을 갖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이 작품에 담고자 하는 의미들을 보는 이들이 좀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작품에 잘 녹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래동에서 가정식당을 운영하는 1959년생 정해순입니다.
1. 언제부터 문래동에서 식당 일을 해오셨나요
1990년도부터 식당을 해왔으니 한 3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 문래동에서 지내는 동안 기억나는 전시 있는지?
친하게 지내는 작가들도 있지만 바쁘기도 하고 또 그림도 잘 모르는 데다 내성적이기도 해서 많이 보러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3.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지?
풍경화를 좋아하고 특히 꽃이나 가을 풍경을 그린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4. 이 그림을 식당에 걸어두게 되었는데 어떤가요?
그림을 걸어놓고부터 장사가 잘되어서 오는 손님 중 한 분한테 그림을 구입 하라고 권유도 했습니다.
5. 권유받은 손님이 저 그림에 관심을 보였는지?
상대방도 무슨 동물들을 그린 건지 관심이 많았고 저를 비롯해 오는 손님들끼리 젖소냐 황소냐 고양이 발이냐 의견들이 분분하기도 하고 다들 좋아합니다.
6. 여기 공간이 많은데 그림을 지금 걸어둔 자리에 건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걸었고 사람들이 왠 그림인가 궁금해하고 좋아합니다.
7.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음식을 판매한 매상의 정도 또는 이틀 치 매상의 정도로 생각을 해 본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 100그릇 정도 팔았을 때 금액이 70만 원 정도인데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8. 만약 이 그림을 그린 작가가 되어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목장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어릴 적 시골 뒷동산에 꽃도 많고 목장도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9. 작가는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을 것도 같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같습니다. 왜 다리만 그렸을까 궁금합니다.
10. 성별이나 나이 등으로 추측하자면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사람일 것 같나요?
젊은 사람은 아닌 것 같고 30대 중반은 넘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여성 작가 일 것 같습니다.
11. 그림만 보고 그런 느낌이 딱 드는지?
아무래도 저한테 점괘를 맞추는듯한 그런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12. 지금 그림을 걸어 둔지 두 달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그림에 싫증이 나지 않는지요?
아니요 왜요? 가져가게요? 저는 저 그림을 아침에도 쳐다보고 저녁에도 쳐다보곤 합니다.
13. 그림을 구입하기는 좀 부담스럽지만, 만약 마음에 드는 작품을 대여해서 걸어둔다면 어느 정도 금액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두 달 정도를 기준으로 한 10만 원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14. 여가 시간이 생기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들판에 가고 싶습니다. 너무 시골은 아닌 곳으로요.
발을 그린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 이런 그림을 그릴 것인지 궁금합니다. 새다리나 코스모스도 잘 그릴 것 같습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974년도에 용접을 배워 수출공단의 신진벨브에 1000: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하여 회사 생활을 하다가 1986년 4월에 문래동에서 제일기공이라는 공장을 열고 40년간 운영해 오고 있는 64세 최재은입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공간에 몇 점의 작품들이 있지만, 이 그림은 왠지 의미가 더 깊은 작품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내게도 이런 그림을 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더 좋았습니다.
2. 다른 작품들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작가가 그려준 초상화도 있고 여러 공구들을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이 비행기 그림은 나에게 떠있는 기분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3. 그림을 사거나 전시장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문래동 여기저기에서 전시를 할 때 가보기는 많이 가봤는데 구입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고 싶은 작품이 있어도 워낙 비싸기도 해서요.
4. 그럼 어떤 작품들에 눈길이 많이 갔었나요?
주로 무척 조목조목 꼼꼼히 신경을 많이 쓴 작품들을 예사롭지 않게 보았습니다.
5. 이 그림을 집이나 다른 곳이 아닌 공장 사무실에 걸어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집에 걸어둬도 좋지만 이곳에 걸어두고 싶었고 사실 20년간 계속 공항에 납품이나 수리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는데 비행기 그림이 와서 인연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6. 거래처나 용무로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멋있는 그림이 와있네’라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7.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궁금한데요, 한 200만 원 정도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8. 공간에 이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침 사무실 도배도 새로 했는데 이런 그림이 와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9.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마음이 안 좋을 때. 이 그림만 봐도 뜬구름에 떠있는 기분도 들고 여행을 가는 상상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0.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여행가는 비행기
11.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나도 물건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그림을 한 오분 정도를 모서리도 보고 다 봤는데 잘 그려진 그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2.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지겨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림 속 비행기가 단순하면서도 큰 멋을 낸 비행기는 아니지만 그래서 그림에 대한 궁금증이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창문 같은게 있으면 답답하고 짜증이 날 것 같아요.
13.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참여 의사가 있다면 어떤 작품을 보고 싶은지요?
참여하고 싶습니다. 요트가 그려진 그림이나 로켓을 그린 그림도 좋을 것 같습니다.
14. 만약 작품을 대여해서 이렇게 걸어둔다면 한 달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3만원 정도가 적당할듯합니다.
작품에 담긴 뜻을 꼭 듣고 싶고 제목도 궁금합니다. 비행기처럼 훨훨 날 듯이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품이란 것은 완성도가 잘되어 있어야 사고팔 수가 있는데 그림만큼은 뭐든지 조금 아쉬움을 두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완성도를 두면 보는 사람이 해 볼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궁금함을 불러일으키고 계속 물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0.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음악 하는 사람 한민규라고 합니다.
1. 당신의 공간에 걸리는 이 그림은 몇 번째 그림인가요?
두 번째입니다.
2.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그림을 걸어두는 것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먼저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 참여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끼치진 않았고 통장 잔고와는 상관없이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있기 마련인데 저한테는 이 작품이 그랬기에 정말 쾌재를 부르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볼수록 전과는 달리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요.
3. 어떤 곳에 그림을 두었으며 그곳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거실 겸 작업공간인데 틈틈이 보고 함께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서 이곳에 걸었습니다.
4. 이 그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그림의 가치는 못해도 한 오천만 원은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공간에 이 그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공간에는 어울리는데 지금 그림이 걸린 뒷벽이 안 어울려서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옛날 반사되는 창에 걸려있어서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6. 어떨 때 그림에 눈길이 가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일과를 시작해서 어느정도 그날의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의 시간대에 계속 보게 되지요. 그때가 좀 여유롭게 가질 수 있는 제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7. 그림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떤 제목을 붙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재 존재하지 않음.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굉장히 정적이지만 소리라는 것이 또는 음악이라는 것이 동적일 수 있듯이 정적이고 쓸쓸한 듯 보여도 저 안엔 타는 듯한 강렬함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데도 소리는 없고…. 마치 이 파이프는 파이프가 아니다는 말처럼 저것도 악기가 아닐 수 있고 그래서 저것은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나도 그렇고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상념들처럼요. 개인적인 생각의 이입이겠지만 이런 생각들에서 저런 제목을 떠올린 듯합니다.
8. 두 달간 가장 그림을 오래 보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저 역시 예술을 하고 무형의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서 저는 개인적으로 지양하고 싶은 감상 법이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강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일 년이 되었을 즈음 제사를 지내고 돌아와서 더 다르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제 작업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이런 감상법이 무조건 틀리다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9. 그림이 공간에 있는 게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그런 적은 없습니다. 다만 액자 프레임이 마음에 좀 들지 않는 정도입니다.
10. 두 달이 지난 지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 느꼈던 가치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네. 가치가 굉장히 더 커 졌지요. 정이 들었다기보다는 형태나 색채 질감 등 안보였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요. 그리고 저는 음악이나 미술작품을 보면서 스토리나 내러티브를 찾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작품 자체가 주는 정서적인 울림들이 있어서 이것을 단순히 시각적인 색채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에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조명을 달리해서 보기도 하고 저만의 감상법과 더불어 작품이 제게 주는 가치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11. 다음에 또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 의사가 있나요?
네. 작품에 따라서요.
12. 작품을 대여하는 방법으로 감상한다면 한 달 기준 어느 정도 대여료가 적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작품이 정수기도 아니고 공기 청정기도 아니라서 딱 그런 식으로 가격을 맞추기 어렵고 또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한 달 기준으로 이 작품 같은 경우라면 한 20-30 만원 정도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더욱더 전업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힘든데 이 작품의 작가이신 작가님은 좋은 작품을 구애받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활동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미술애호가 팬들에게도 그림, 미술자체에도 예술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과 예술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기쁨을 나누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사회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 안에서는 대부분 경제 논리이고 입시, 취직 등 생존 논리로만 치닫고 있는데 교육이 거기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다른 고귀한 생명의 존재들보다 1g이라도 나을 수 있게 하고 인간이라는 종에게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인간이 예술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무수한 감정들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인데 획일적이고 경쟁에서 1등을 다투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예술을 폭넓게 접하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향유할 수 있는 교육이 꼭 선제되어야 예술도 그리고 예술의 진정한 향유도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문 서비스 (Door to Door Service)’ 프로젝트는 그간 문래동과 그 주변의 여러 지역구성원의 교류를 도모했던 예술인들의 협업, 워크숍 전시 등의 적극적인 시도들과는 다르게 다소 소극적인 침투를 생각해보며 출발했다. 사정상 중도에 참여가 어려워진 한 분을 제외한 아홉 명의 공간에 그림 한 점이 찾아가 두 달 혹은 석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낸 경험을 모아 본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공간 안 두고 싶은 곳에 두고 함께하는 경험을 위해 참여대상자를 물색하고 이 프로젝트에 흥미가 있는 분들, 참여 동의를 해준 분들의 공간으로 그림이 배달되었다. 조건은 프로젝트 기간이 끝날 즈음 대면 혹은 서면 인터뷰에 짧은 소회들을 밝혀주는 것을 요구했고 네 명의 대면 인터뷰와 다섯 명의 서면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인터뷰의 질문은 예술작품을 접해본 경험 여부, 소장의 경험, 작품에 대한 모든 정보 없이 작품에 덧입히는 이야기 그리고 작품의 금전적인 가치와 함께 개인적인 경험으로서의 가치 등이 질문들에 내포되어있었다. 답변을 취합 정리하는 도중에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한 가지는 참여자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림을 두고 과거의 어떤 일이나 현재 일어난 일들 사이에서 그림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인과의 고리를 찾거나 인연이라는 점을 찾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었다. 그림을 걸어두고 갑자기 장사가 잘되고 보니 더 애착이 생기고 그림 때문에 손님들과 얘기를 나눌 일이 많다 보니 더 궁금해졌다는 분도 있었고 공항에 철 가공부품을 납품하는 일을 오래 해왔는데 비행기가 그려진 그림이 와서 신기하게 여겨진다는 분의 이야기들에서 비단 그림이라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삶의 질곡을 더 겪은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대할 때, 의미부여 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들인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작품 가격에 관한 질문에는 십만 원에서부터 오천만 원까지 답변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예술작품에 금전적인 가치를 매기기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는 긍정의 대답과 작품 유료 대여라는 형식도 긍정하는 대답들이 많았다. 이미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품대여나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예술인들이 자신들과 이웃하고 있는 이들과 개별적인 접촉 접근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번 프로젝트로 개인적인 수확은 생각지 못한 근사한 작품 제목들이 생긴 것과 전시라는 형태보다 더 풍부하게 작업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러분들의 응원이 담긴 메시지는 물론 철공 엔지니어를 넘어 한 분야의 장인으로 수십 년을 살아오신 분이 해주신 이야기가 무엇보다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것 같다.
“(…) 예술작품은 쓰임에 맞게 제작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빈 곳이 있어야 그것을 접하는 이들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겠냐 (…)”
마지막으로 본인께서도 궁금하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이런 엿듣기가 가능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전서구 같은 최영식 선생님과 이 프로젝트를 Look Who’s Talking 프로젝트 안에서 시도 해 볼 수 있게 해준 오선영 기획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