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리서치 센터-UK CERAMICS RESEARCH CENTRE-UK
그것을 전달하라! Pass It On!
‘그것을 전달하라!’는 클레어 투메이Claire Twomey와 피비 커밍스Phoebe Cummings 작가가 진행을 맡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3일간의 (2022년 10월 4일-6일) 워크숍 행사이다. 워크숍은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리젠트 스트리트 캠퍼스 건물 로비에서 열렸으며, 분주한 런던 중심가에 자리한 이 공간은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 모두 개방된 곳이다. 워크숍에서는 숙련된 제작자가 초보자에게 기술을 전달하고, 참여자들은 새로 익힌 기술을 최소 두 명 이상에게 전달한다는 약속 하에 점토 봉지를 받아 가져가게 된다. 이 행사는 생태 문제 역시 핵심적인 주제로 다룬다. 특히 워크숍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자체 경화 점토(가마를 통한 소성 과정을 요하지 않는 재료)는 이미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용한 뒤 재활용된 것이다.
이 행사는 투메이, 커밍스를 비롯한 세라믹 리서치 센터-UK(Ceramics Research Centre-UK, CRC-UK) 구성원들이 최근에 만든 작업들로 이뤄졌다. 만남과 교류의 상황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의 주체성에 방점을 둔다. CRC는 1990년대 후반에 설립된 이후 실제 활동을 바탕으로 한 작업과 이론적 연구를 통해 학계를 넘어선 영향력을 미치는 새로운 예술적 표현 형식을 사유하고 창출했으며, 최근 CRC 구성원들이 펼친 다양한 활동은 일반 대중이 동시대 도자에 더 많이 관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피비 커밍스는 점토 원료를 활용해 만든 미묘한 시간 기반(time-based)설치 작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녀의 작업은 자연계에서 영감을 받아 그 연약함과 덧없음을 반영한다. 전시 기간이 끝난 뒤에는 정교한 조형을 이루었던 점토를 재생하여 새로운 조각의 일부로 활용한다. 최근 창작한 설치 작업인 <지금은 이것이었다(This Was Now)>(2020)에서는 전시가 이뤄진 울버햄튼 아트 갤러리에서 작업의 진화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작업이 6개월간 전시 공간을 점유하는 동안, 관람객들은 전시장 벽을 가로지르며 축적되는 드로잉과 글을 통해 변화하는 작업을 기록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러한 기여의 결과물은 이후 편집과 제본을 거쳐 영구 소장품으로 수집되었다. 관람객의 인식과 반응을 보존하는 것은 작업이 개인의 삶에서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어떻게 경험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예술 작품이 개인이나 미술 기관이 소유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는 반면, <지금은 이것이었다>와 같은 작품은 이러한 생각을 뒤집는다. 이 작업은 수동적 청중보다 능동적 관객을 추구한다. 관객은 작업을 진행 중인 작가를 살펴보며 창작 과정을 이해할 뿐 아니라 작가가 설치 작업에 들인 시간과 사유에 영구적 가치가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그것을 전달하라!’ 행사 역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예술적 대면에서 그들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선물(gift)’이라는 예술적 전략을 활용하여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gift) 있는 시간과 재료, 지식, 기술을 제공한다.
‘선물’이라는 예술적 전략은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Marcel Mauss가 쓴 동일한 제목의 에세이와 관련해 논의된 바 있다. 마르셀 모스는 이 글에서 순전히 이타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사회적 계약과 의무를 확립하고자 연대를 강화하는 촉매로서 선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로저 산시Roger Sansi는 동시대 미술 작업에 대한 마르셀 모스의 영향을 지적했으며, 바타이유Bataille와 초현실주의자들의 사유, 기 드보르Guy Debord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에서부터 더 최근에 이뤄진 관계적 예술, 행동주의 예술에 사유 안에서 모스의 개념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추적했다.
클레어 투미는 비교의 전략을 채택하여 사회적 계약과 교환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강조하여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작가는 2019년 네덜란드 주이더지 뮤지엄에 (10년에 걸쳐) 설치된 <기념비(Monument)>를 해체하면서 뮤지엄 방문객들이 조각으로부터 역사적인 타일 조각을 골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타일은 한때 뮤지엄 컬렉션의 일부였지만 해체 시점에서는 새로운 소유자의 이름으로 소장품 등록이 이뤄졌고, 뮤지엄이 인증한 황금 밀랍 인장과 함께 제공되었다. 이와 같은 상징적인 이전 행위는 수령인 각자가 이제 작업을 보존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사회적 계약 및 협력 활동의 형태로 교환을 활용하는 전략은 2017년 테이트 익스체인지(Tate Exchange, TEX) 프로그램의 선임 작가(lead artist)로 참여하면서 만든 설치 작업 <공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FACTORY: The seen and the unseen)>에서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 자리한 TEX 공간에 공장 생산 라인을 설치했고, 작업을 구동한 첫 주에는 방문객을 구동 인력의 일부로 초청하여 점토의 무게 측정과 같은 준비 작업이나 슬립주조(slip casting) 기법으로 식기를 찍어내는 등 생산 작업을 진행하게 했다. 전문가의 지도하에 장식용 도자기 꽃을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다른 작업자들이 가마에 구운 항아리나 꽃을 골라 가져갈 수 있었다. 2주차에는 분주한 생산 라인이 작동을 멈추면서 노동에 대한 개인적 성찰을 이끌었고, 방문객들은 생산이라는 맥락에서 ‘지식’, ‘변환’, ‘재료’, ‘가치’와 관련한 간략한 질문의 목록에 서면으로 응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 역시 다른 방문객들이 읽어볼 수 있도록 직접 생각을 쓴 대가로 점토로 만든 물건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것을 전달하라!’는 클레어 투미와 피비 커밍스의 예술 작업을 바탕으로 한다. 학습자와 제작자로 이뤄진 일시적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교류의 상황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행사 참가자가 행사를 이어나가는 의미에서 자신 외에 다른 두 사람에게 점토 기술을 가르치는데 동의할 경우 그들은 타인에게 도자 재료의 잠재력을 소개하게 되며, 타인 역시 제작 활동을 통해 개인의 가치와 주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한다.
Pass It On! workshop led by Clare Twomey and Phoebe Cummings at the University of Westminster, Regent Street, London W1 on 5 October 2022. Photos & videos: Rishika Sahgal.
테사 페터스 Tessa Peters
https://cream.ac.uk/ceramics-research-centre-uk/
@ceramicsresearchcentre_uk
1. See: University of Westminster (2022) ‘Breaking Boundaries in Ceramic Art.’ Available at: https://www.westminster.ac.uk/research/impact/breaking-through-boundaries-in-ceramic-art
2. See: ‘Phoebe Cummings: This Was Now at Wolverhampton Art Gallery’. Available at:
https://www.youtube.com/watch?v=6ropNc5HEVI
3. Marcel Mauss, The Gift: The form and reason for exchange in archaic societies, London: Routledge, 2002.
4. Roger Sansi, ‘The pleasure of expense: Mauss and The Gift in contemporary art,’ Journal of Classical Sociology, 2014, Vol. 14 (1), pp 91–99.
5. Nicolas Bourriaud, Relational Aesthetics, trans. Simon Pleasance & Fronza Woods, Les presses du reel, 2002, p. 39.
6. ‘Monument: From Controversy to Care’. Available at: https://cream.ac.uk/ceramics-research-centre-uk/conversations/conversations-clay-culture-society/monument-from-controversy-to-care/
7. ‘Clare Twomey, FACTORY: the seen and the unseen’. Available at: https://cream.ac.uk/exhibitions/clare-twomey-factory-the-seen-and-the-uns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