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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현의 도자: 기본을 너머서

“과거에 대한 지식과 이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혁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예술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들은 개인의 예술작품을 공공의 영역에 연결한다.”

 

피터 팀스가 언급한 위의 문장은 조장현의 창작 방식과도 연결할 수 있다. 솔직히 인정하기 싫을 수 있겠지만, 조장현과 같은 예술가는 인도네시아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장현의 작품은 한눈에 봐도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도자기 예술품으로 쉽게 식별된다. 그러나 조장현은 단순히 전통 유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서 전통 유산의 가능성, 혹은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전통 예술과 현대 미술의 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조장현은 오선영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 양극의 긴장 관계를 조성한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전통을 바탕으로 한 나의 ‘기준’은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무한한 자유를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여기서 조장현이 언급한 기준은 한국 전통 도자의 제작 방법과 기법이다. 한국 전통 도자는 독특한 특성으로 전 세계적으로 품질이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한국의 과거의 유산 중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전통 도자기들도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조장현의 작품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대 서양 미술에 깊이 뿌리박은 예술과 공예의 이분법이 장벽으로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엘리트주의를 강조하는 예술 전문가나 현대미술을 상류층의 고급문화로 인식하고 그것을 지향하며 유행을 따르는 것에 민감한 이들의 관점에서 조장현의 작품은 유행에 뒤떨어지는 고리타분한 골동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현대 미술은 예술적 재현 방식에 있어 무한한 해석 가능성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을 현대 사회적 관점에서 관객이 해석한다는 의미와 구조적 방식에서 조장현의 작품도 현대 미술의 개념적인 맥락과 연결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조장현은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첫째, 현대 미술은 전통 예술과 그것의 파생물을 제외해 왔다. 둘째, 현대 미술은 도자를 예술의 매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향하며 그것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대 미술은 확실히 예술품의 실용성을 금기시하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조장현의 작품은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서 발견되는 모순되는 지점은 현대 미술은 다원주의, 다문화주의 측면을 재차 강조하지만 결국 그것은 근대 미술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언제나 그 안에서 그 가능성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장현의 작품은 그 의미와 가치가 현대 미술 안에서 정당화될 수 있고, 동시대의 예술 작품이 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조장현과 그의 작품은 현대 미술의 맥락에서 냉정한 비평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볼 때 조장현의 작품은 현대 미술 작품이다. 그것은 조장현의 작업은 전통을 존중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판적일 수 있는 조장현의 태도에 근거한다. 조장현은 이 문제를 자신의 작품에 담았고, 의식적으로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예술적 표현을 시도했다.

현대 미술계에서 이전에는 과소평가되었던 매체를 예술가가 찾고 그것을 재조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대 미술에서는 항상 존재한다. 또 가능해야만 한다. 그래이슨 페리는 현대 미술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도자 작가이다. 그는 현대 미술계의 권위 있는 상인 터너상을 받기도 했으며, 대부분의 주류의 현대 미술 작품들처럼, 그의 작품들은 서술적이고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성 소수자들에게 갖는 편견을 대변하고 있다. 조장현의 작품은 아직 사회·정치적 내용을 담은 서사를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대 미술의 다원성은 항상 도자기나 기능적 도자 작품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제12회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여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자 작가 그웬 한센 피고트의 작품들은 도자 컵, 사발, 꽃병과 같이 기능성이 있었다. 피고의 작품에 대해 피터 팀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 피고의 작은 그릇과 찻주전자, 뚜껑이 있는 상자는 세련되고 사색적이며 ‘침묵’은 이제 신념이되었다. … 그웬 한센 피고트의 도자 작업은 문화 역사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다룬다. 그것은 그녀가 한국과 중국 송나라 도자기에 대한 오랜 연구를 반영하고 있다. … 그녀는 전통을 따르지 않으면서 전통을 확장 시킨다. 그러면서 그녀는 문화 안에서 개인의 위치, 자연 순리 속에서 문화의 위치, 과거와 현재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들을 작품을 통해 새롭게 풀어 설명한다.” 피터 팀스의 피고의 작품에 관한 평론은 조장현의 작품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 미술에서 다문화주의는 비평가들에게 지금까지 현대화와 종종 동일시되는 서구 문화의 발전과 확산을 미행하는 장치로써 길을 열어 주었다. 현대 미술의 패러다임을 수반하는 이러한 보편적 가치관은 다름 아닌 르네상스 시대 이후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분리될 수 없는 서양 미술의 관행이라고 여겼던 가치관이다. 국제 현대 미술은 정체성 표현 방식에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양 밖에는 다양한 풍습과 전통 생활들이 살아남고 현대성과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전통이 강한 나라다. 한국은 민족성이 비교적 균일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 도자기 제조의 전통을 포함한 독특한 물질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도자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백 년 동안 발전해온 기술적 정교함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중 하나인 분청은 흰 슬립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색된 비교적 거친 회색 몸매를 가진 도자기이며, 초록색 색의 반투명 유약으로 덮여 있다. 분청 장식 기법은 한국의 고전적인 도자기 정체성이다.

일제 강점기(1910~1945)에 일본인들에 의해 한국의 전통 도자기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있다고 에드워드 B 애덤스는 말했다. “일본 군사 정부는 한국인을 일본인화시키기 위해 한국인들이 추구하는 예술과 공예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한국인들만의 창의적 측면과 같이 그들의 토착적 사고나 창의성을 근절하고 싶어 했다. … 일본은 규슈에서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을 했고, 그 생산품을 한국으로 보냈다. 일본인들은 한국에서 규슈 생산품을 한국 도자보다 싸게 팔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더 싼 일본 도자기를 사도록 장려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은 당시 음식 보관을 위한 항아리만 가마에서 생산할 수 있었고, 한국 도자기 생산은 크게 위축되었다. 일제 침략과 한국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통적인 요업 기술을 재창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과거 한국의 도예가들이 최고 수준의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통 사회에서 그들은 하층민으로 대우를 받았다. 근대 이후가 되어서야 한국 도예가들은 비로소 중요한 지위를 얻고 사회로부터 긍정적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도예공들은 개인적인 정체성을 발전시키면서 오래된 기술을 회복하고 다듬으려고 노력했다. 그런 예술가 중 한 명이 조장현의 아버지인 조기정이다. 사실 조기정은 법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조장현은 아버지의 유산인 도자 작업장 무등도요에서 전통 도예 작품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고전 단계에 이른 전통 도자 기술을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기법은 예술가의 희생과 헌신을 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조장현도 자신을 도자 예술가로 내세우기 전 그는 전통 도예 기술에 숙련될 때까지 수년간의 노력을 해야 했다.

현대 미술계를 구성하는 집단과 그들의 고정관념은 조장현을 현대 미술계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조장현은 그 위험성과 중요성을 모두 안고 현대 미술의 맥락에서 언어를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전통 도자기를 선택했다. 같은 방식으로, 그웬 한센 피고트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조장현의 작품은 형식주의 자체가 아닌 형식적인 용어로 미학적 힘을 가졌다. 그의 작품들은 또한 전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조장현이 전통이 갖는 고정관념과 어떻게 투쟁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조장현의 작품에 드러나는 전통적 정체성의 표현도 관객들이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민족적이든 전통적 정체성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전통적인 유산은 어느 조화를 이루고 현대 패러다임과 상호 연관되어 뚜렷한 현대성을 창출할 수 있는 구성 요소가 되었다. 한국은 그들이 근대성 안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 국가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들의 문화유산과 고전 예술에 대한 헌신과 감사는 한국이 세련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국가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수많은 전통문화 유산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도 아직 유약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자기 전통 유산이 풍부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것들이 우리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그리고 서서히 인도네시아의 수십 개의 도자기 마을들이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전통 도자 유산에 관심을 두고 그 가치를 만들고, 이를 개인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도자기 예술가들이 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