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암묵적인 지식과 창조 가능성

〈박고지금: 남쪽으로 향하는 분청〉은 한국 도자의 전통문화를 해석하는 도예가 조장현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인도네시아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며 교육자인 아스무조 이리안토와 한국 큐레이터 오선영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나는 영국에 기반을 둔 학자이자 큐레이터로서 이 프로젝트에서 나의 보조적 역할은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의 관점을 반성하고, 시험하고,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 교류는 우리가 사물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아스무조 이리안토와 오선영은 우리 개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비 계층적인 분야를 알리고, 이해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 모두를 전시에 초대한다.

 

아스무조 조노 이리안토는 이렇게 말했다.

“전통 도자의 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들의 현대 도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 중국, 한국, 일본과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현재 전통 도자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습니다 … 이 세 국가의 도자 전통은 수 세기에 걸쳐 형태와 제조 기술 측면에서 진화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 도예는 현대 도자 예술가들이 지속해서 탐구할 수 있는 영감의 근원이 됩니다. 현대 도예가들은 도자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저는 반둥 공과 대학에서 조장현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특히 반둥에서 세라믹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세라믹 예술가들이 전통에서 영감을 얻을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것을 배우고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인도네시아 도자 예술가들과 도자 발전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인도네시아 도기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오선영에게 이번 전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반둥공과대학 학생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꿈을 꾸면서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과 꿈을 추구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진보된 사고에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독창성’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과연 무엇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도자는 이 프로젝트에서 선택된 매체이며, 전시는 전통 기법을 따르지만, 현대 도자 작가인 조장현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독창성의 맥락에서 도자기의 매체를 고려하는 것이 역행 단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 반대로 인공 지능 (AI) 시대에 직면하기 전에 인간이 생각해야 할 일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한 인류 학적 탐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전통에서 영감을 얻고, 우리가 무엇을 잊고 있었고,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 등 큐레이터들이 제기한 중요한 주제들이 있다. 제조되어 보편성을 띠는 현대사회에서, 재료 본연이 가진 성질은 숙련된 수공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하며, 이는 우리를 인류와 개성 있는 감각으로 환원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보편화되고 점점 더 세상과의 인터페이스를 지배함에 따라, 우리가 잃을 위험이 있는 것은 기계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의 독립적인 기관에 대한 감각이다.

다음의 내가 나눈 조장현과의 인터뷰 내용은 그의 생각과 작업 과정에 대한 탐구이며, 현대 예술가가 어떻게 전통을 다루며 작업을 하고,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개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확장 시키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다.

 

테사 페터: 서유럽과 미국의 공예 도자기는 산업화에 대응하여 발전한 예술과 공예 운동에 뿌리를 둔 비교적 최근의 예술적 실천 범주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한국과 미국의 도자기 예술에 대한 태도를 모두 경험했다고 이해합니다. 첫 번째는 당신은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두 번째는 그렇게 발전한 데 뿌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당신은 작업을 통해 고려청자와 분청 도자기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얼마만큼 엄격하게 한국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당신이 작업함에 있어 미국 예술에 대한 지식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조장현: 제 작품의 형태, 유약, 그리고 장식은 모두 전통에서 기인하나 전체적인 결과에서는 전통에서 벗어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통 도자의 시대, 종류 그리고 지역에 의한 표현 방식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고, 이러한 구성방식은 실험 미술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테사 페터: 당신은 큐레이터 오선영과의 대화에서 ‘표준’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도자의 모양, 색상, 그리고 장식을 결정하는데 어떤 기준이 당신에게 중요하게 반영되나요? 인간만이 가능한 표현적 가치를 추구합니까? 유약과 촉각 표면의 생기? 아니면 다른 가치가 있습니까? 다시 말해, 조장현에게는 도자 작업을 함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나요?

조장현: 전통 도자가 가지고 있는 기본요소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단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만으로 전통 도자기를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재료 수집을 하고 생산과정에서의 반복적인 노동은 작업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과정은 작품에 작가의 온정을 더 많이 쏟아 넣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러한 전통적인 수련과 사고방식의 이해를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작업은 전통의 정형화된 완성도만을 추구하지 않고 전통을 기반으로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 예로 나는 작업 과정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흔적과 거친 표면의 질감 또는 인위적인 형태의 변형을 작업 일부로 받아드립니다. 이것은 전통도자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점이기도 합니다.

 

테사 페터: 앞서 당신은 전통적인 한국 도자 작업의 관행과 그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당신이 말하는 ‘표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전통적인 분청과 관련된 지역 점토와 유약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당신의 작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철분이 풍부한 점토를 사용하고 분청으로 장식을 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주로 기술과 형태의 전통적 측면에 관심이 있는 궁금합니다.

조장현: 저는 전통기법을 재현하고자 하는 목적보다는 전통적인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혹시 존재했을 법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시중에 판매되는 재료에 의해 제한되는 한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수집한 여러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가공하고 여러 실험을 거친 후 사용합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연구하고 제조한 재료를 사용하여 생기는 특징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작업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 제 작업 과정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사 페터: 이번 반둥 전시회에 포함될 당신의 작품들을 나는 사진 자료를 통해 보았습니다. 내가 본 작품 사진을 통해 나는 당신은 주로 상감(금속·도토·목재 따위의 소지 표면에 여러 무늬를 새겨서 그 속에 같은 모양의 금·은·보석·뼈·자개 따위 다른 재료를 박아 넣는 기법), 귀얄(넓고 굵은 붓으로 형체가 완성된 기면 위에 백토를 바르는 기법), 철화(철사 안료로 기면 위에 문양을 그리는 장식기법)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 외에 당신이 사용하는 다른 전통적인 형태의 장식이 있습니까?

조장현: 네, 맞습니다. 나는 그 이외에도 철채퇴화 , 음각, 양각 등 여러 종류의 장식 방식을 활용하고 기법의 혼합 그리고 장식기법을 중첩하여 활용하기도 합니다.

 

테사 페터: 자티왕이 아트 팩토리에서 현지 점토로 작업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서 자바 지역에서 분청 작품을 만들려고 할 때 현지 재료를 사용하면서 직면했던 특별한 어려움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조장현: 자티왕이 점토의 내화도를 확인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였으나 고화도 소성이 가능한 실험용 가마가 당시 없어서 재료채취와 가마 제작의 병행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도자 작업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지리적 환경에 대한 나의 이해가 많이 부족해서 적합한 재료 채취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테사 페터: 자티왕이에서의 실험을 경험 삼아 앞으로 더 시도해 보고 싶은 재료나 기법이 있습니까?

조장현: 당시 아쉽게도 체류 기간이 짧아서 본 작업 외의 부분은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티왕이에서 찾은 몇몇 흙들은 유약 재료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테사 페터: 지질학적으로 다른 장소에서 도자 재료를 찾는 실험에 당신의 감성과 기준을 도입하는 도전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장현: 나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재료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결국 이것은 다양한 형태의 작업으로 연결됩니다. 단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재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일 것입니다.

 

테사 페터: 나는 당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장식이 한국의 도자기 전통을 어느 정도까지 언급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또한 당신의 개인적인 삶과 경험에 대한 해석을 어느 정도까지 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것이 당신 자신의 삶과 경험을 나타낸다면, 당신의 주요 주제(예: 국화와 같은 식물 표본, 또는 지역 풍경이나 바다 풍경 등)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조장현: 저의 작품은 전통적인 요소로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철채퇴화문은 뚜렷한 어둠과 밝음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기술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저의 비슷한 작업에서는 어둠과 밝음을 백토의 농담으로 조절하여 또렷이 구분하지 않고 장식기법의 순서를 바꿔 변화에 따라 특정 정통도자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기법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거친 흔적들을 작품 구성의 일부로서 활용합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재현을 목적으로 한 기술적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반복적으로 보며 살아왔습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저의 작품 속에는 완전함을 거부하는 듯한 흔적들이 존재합니다.

 

테사 페터: 한국의 고려청자와 분청의 부흥을 이끈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영감의 원천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예술가를 존경하고 그들에게서 배운 것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작업에 적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조장현: 물론 있습니다. 고려청자를 재현하신 故 조기정 선생입니다. 저의 아버지이자 제가 존경하는 분이시지요. 내가 그에게 배운 것은 기존의 학설에만 의지하지 않고 도요지를 찾고 도자기 편을 살피고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실험을 하고 결과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19세기부터 한국은 고려청자 재현을 목표로 국책사업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습니다만 학계와 도예 계 간에는 거리가 존재했었고 해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978년에 이르러 조기정이 고려청자 재현에 성공을 하고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보이는 행동은 전통을 아끼고 사랑하되 실험을 통해서 시대에 맞는 자기만의 작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테사 페터: 이 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1) 어떤 재료와 형태이던 예술 창작에 사용할 수 있는 현대 미술계의 부분(그리고 예술가가 재료와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과 2) 소재와 기법의 숙련됨이 진보된 창조적 표현으로 이어진다고 인정되는 부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1)의 경우에는 재료, 형태, 기법보다 개념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2)의 경우, 물질적 한계를 수용하고 기술과 지식이 달리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예술적 창의성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강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점토 본체의 한계와 바퀴에 그을린 모양과 같은 특정 제조 방법의 숙련된 실행에 집중하여 새로운 창조적 잠재력을 낳을 수 있다) 도예 작가로서 당신의 갖는 관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장현: 이것은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하고 있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중국 시안 전시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할 때 중국에 있는 여러 명의 인문학자가 저에게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중국 학자들의 논리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도자를 이분법적으로 전통과 현대 도자로 구분하려고 했고, 그 구분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도자 전통 기법을 따르면 전통 도자이고, 전통 기법을 따르지 않으면 현대 도자로 분류하는 것이었는데, 그들이 말하는 현대 도자는 전통 기법을 따르지 않고 도자에 쓰이는 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미술에서는 개념 전달을 위한 매체로써 점토나 도자 제작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자 작품이 아닌 현대미술 작품으로 존재하게 되겠지요. 저는 현재 도자를 만드는 행위를 두고 전통과 현대로 구분 짓기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자, 미적 요소를 담은 공예품, 그리고 개념 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현대미술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광범위한 ‘예술’의 범주 안에 있는 행위이겠지요.

 

나는 전통적 접근법과 현대의 개념적인 도자 예술의 관행 사이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긴장감을 인지하고 있는 조장현에게 그와 관련해서 첫 번째와 마지막 질문을 선택했다. 그리고 두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통해 나는 조장현이 도자 제작 기법을 교육받은 다수의 영국 예술가들과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도자 재료가 갖고 있는 엄격한 성질로 인해 정작 그들 자신이 선택한 방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도자의 혹독한 제작 과정과 복잡한 매체 접근 방식에서 광범위한 창의적 잠재성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한 이유에서 그들은 공통되게 도자기 본연이 지닌 무한한 변화 가능성의 폭을 수용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한 전통과 현대 사이를 명백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알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많은 창조적인 길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도예가의 여정의 일부는 자신의 장단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도예가 매력인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조장현에게 건넨 나의 다른 질문은 작업에 대한 작가 개인적 접근 방식, 즉 작업을 위해 필요한 지식의 축적, 그의 관점, 가치의 중심, 영감의 원천, 전통과의 관계적 측면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답변으로부터 나는 조장현은 매우 발달한 감성을 가진 예술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향과 자신만의 ‘예술적 목소리’를 찾기 위해 재료와 그것이 갖는 잠재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의 인문학 교수 헨리 스테이튼이 말했듯이, 이러한 모든 아이디어와 문제를 고려할 때 유용한 것은 기술 개념이다. 스테이튼의 최근 저서 중 《테크네 이론: 예술을 위한 새로운 언어》(2019)에서 그는 ‘테크네techne’라는 용어가 고대 그리스인들이 숙련되고 실용적인 지식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됐으며, 낚시, 수학, 냄비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이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했다고 언급한다. 내가 볼 때, 이러한 ‘테크네Techne’의 기본 개념은 “전통적인 훈련과 사고에 대한 이해”가 “표준”을 제공하고 조장현이 갖는 재료의 특징에 대한 암묵적인 지식과 함께 “[그의] 작업 범위를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스테이튼은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테크네(techne)라는 단어를 근대에 적용할 수 있는 등가적 의미로 ‘ars’라고 번역했으며, ‘ars/art’는 18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이때 유럽에서 낭만주의의 예술적, 문학적 운동의 등장으로 ‘예술적 천재론’이 대두되었고, 그 결과 (예지적 천재로서) 예술가의 작품과 (단지 숙련된 노동자로서) 장인의 상품에 서로 다른 가치 질서를 만들었다. 스테이튼은 -그리고 많은 서양 미술사학자들이 이러한 관점을 공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천재 이론에 대한 낭만주의 운동의 주장에서 비롯된 신비화 과정은 20세기에 개념 예술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개념 예술이 받아들여진 후, 예술가들이 재료와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더 필수적인 요구 조건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더욱 급속하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몇몇 나라들은 이러한 유럽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한 아스무조 이리안토 교수의 말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유럽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테이튼은 예술과 장인 사이의 골치 아픈 이분법적 분리는 “인간 사회에서 오랜 시간 발견되고 터득한 노하우” 의 사회 역사적 관점에서 비교했을 때, 단순하게 유럽 낭만주의의 개인 심리학적 관점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테크네techne’라는 개념을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나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미시적 발견의 발생 또는 퇴적”이라고 말합니다. 스테이튼에 따르면¬낭만주의와 포스트 낭만주의 대안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깊고 강한 인간 각인력과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은 겨우 250년 전에 등장했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는 자신을 능가하는 다른 사람의 노하우에 깊은 감명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노하우 지식의 본질이 신비의 베일 뒤에 숨겨져 있을수록 관객들은 그 감동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습니다. 유용할수록 그것을 사람들이 예술로 아주 빠르게 연결하는데 힘을 얻게 됩니다.”

 

스테이튼의 이러한 생각은 조장현이 앞서 나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전통과 현대 도예가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대한 불분명한 논지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미 언급했듯이 그들의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다.

스테이튼은 또한 예술가들과 비예술가들이 예술에 대해 다소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비평가들과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완성된 결과물로만 접하는 소극적인 소비자지만, 예술가 당사자는 예술작품에 그들의 지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목표를 갖고 자신의 작품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는 ‘예술’이라는 단어가 예술이 아니라 ‘예술 작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 작품이 아니라 기술과 노하우¬그리고 그 밖의 모든¬는 만들어지거나 조직되어 있다. 이 말의 이해에 있어서, 박물관은 ‘예술’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예술을 완성된 결과물로만 보기보다는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관해 더 생각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조장현과 같은 도자 예술가들은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스테이튼의 표현대로, “이러한 목적에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때까지 수수께끼 같은 물질성을 추구한다.” 궁극적으로 스테이튼은 ‘테크네 이론’을 통해 유럽 낭만주의 예술 개념의 신비화를 거부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모든 문화는 축적된 기술과 그들의 예술 형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한 사람들의 중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선순위와 위계질서를 시급히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예술 분야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만들기보다는 컴퓨터와 기본 인터페이스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손재주가 없는 의과대학 외과 학생들과 마주하게 된 영국의 한 외과 교수는 현재 외과 시술에 필요한 수작업 기술을 개발하고 향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의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도자기 작업과 레이스 제작 연습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