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7 1/2: 암호적 상상 Ⅴ.

최선아

기간: 2016년 10월 9일 ~ 11월 5일

오프닝: 2016년 10월 8일 토요일 오후 5시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22길 15

전시장 관람 시간: 월-토 오전 11시 ~ 오후 5시 (공휴일, 일요일 휴무)

 

독립큐레이터 오선영이 기획한 7 1/2 프로젝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예술을 언어로 표현하기 이전에 ‘감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즉, 예술과 비예술의 간극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펼쳐진 7 1/2 프로젝트는 각각 독립된 전시나 공연이 아닌 하나의 탐구 과정의 이야기로 연결되며,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탐구 과정에서 드러났던 미묘한 감각적 이야기들은 리서치 결과로 드러나게 된다.

7 1/2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작가들의 작업은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와 진행되는 장소, 그리고 주제에 맞게 새로 제작되어야 했기에 작가가 제안한 작업이 장소에 맞춰 어떻게 구현되는가는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과 완성된 후에야 완벽히 드러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미묘한 감각들 또한 큐레이터와 작가 모두에게 흥미로운 점이 되었다.

 

2016년 <7 1/2: 암호적 상상> 다섯 번째는 ‘최선아’ 작가의 전시이다. 전시는 10월 8일 오픈하여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공휴일, 일요일 휴무/ 월-토 오전11시-오후5시) 그리고 이 전시가 2016년 7 1/2 프로젝트의 마지막 전시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최선아 작가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보낸 엽서 작업, 포토그램(Photogram)의 원리에 기초한 사진 작업 그리고 벽화작업이다.

첫 번째,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최선아 작가는 전시를 위해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엽서 크기의 수채화 열세 개를 그려 2016년 7 1/2 (칠과 이분의 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주소로 보냈다. 수채화들은 특정한 색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색채면들이다. 엽서마다 각각 다른 색조합들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으나, 설명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일종의 암호처럼 작용하며, 우편 배달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실, 훼손의 가능성은 이 작업을 궁극적으로 완성시키는 필요 요소가 된다.

두 번째는 포토그램 (Photogram, 사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감광지(感光紙) 위에 직접 물체를 놓고, 빛에 노출시켜 음영(陰影)을 만드는 방법)의 원리에 기초한 사이아노타입(Cyanotype) 기법의 사진 작업이다. 전통적으로 건축가들은 이 사진술로 건축물의 도면을 만들었으며, 거기로부터 청사진이라는 명칭이 유래한다. 최선아 작가는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의 대표적 속성보다는 부차적으로 보이는 이 사진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노출 후 교정이 불가능하며, 네거티브 필름이 없기 때문에 단 하나의 원본만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작업의 성격을 일회적이며 절대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작가는 이러한 기술적 제약성을 적극적으로 역이용하여 다루고 싶은 소재와 주제에 집중하였다. 일상적 사물들을 노출에 이용해 생긴 네거티브 공간으로 추상적인 무늬나 패턴을 만들기도 했고, 다양한 군대위장 패턴을 수집, 분석, 재모방하여 그것을 새 패턴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구상과 추상, 자연과 그 재현으로서의 유사자연, 모방과 위장, 파괴와 보호, 장식과 기능에 대한 질문들이 교차된다. 이 작업은 미시적, 거시적 세계의 넘나듦이나 각도와 스케일, 시간과 기억의 문제에도 천착한다.

세 번째, 최선아 작가는 7 1/2 (칠과 이분의 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전시공간의 규모와 그 구조적 특이성에 주목하고 장소특정적인 의미를 살려 벽화작업을 한다. 전시 공간은 한옥을 개조했기에 세월을 거치며 변형, 보완된 형태의 특이한 디테일들이 있는데 최선아 작가의 벽화작업은 그런 부분들을 은유적이고 우회적으로 반영한다. 기차 한칸 정도 크기의 협소하고 긴 통로와도 같은 이 공간은 작가의 벽화 작업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다. 이 작업은 화이트큐브 안에 설치된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경이나 여백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된 공간이 되거나 주화면으로서의 의미를 얻게 된다.

 

최선아 작가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쟁점이나 현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접근해,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번역, 해석해내는 작업을 한다. 관찰 과정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사물과 현상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 관한 공시적, 통시적 접근이다. 예컨대 최선아 작가는 공간과 스케일, 시간과 기억, 자연과 기술이 서로 관계 맺고, 주고받는 의미나 상호작용을 주시한다. 작가는 생각이나 구상을 색과 형태를 갖춘 미술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형식과 내용의 필연적 만남을 추구하되, 돌발적 우연의 작용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며, 작품의 다양한 해석과 향유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작가는 작업마다 내용의 유기적 관계를 최대한 담보하는 매체를 찾는데 그런 이유로 조각,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해왔다.

 

 

최선아 작가는 한국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후(1987-1990),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영국 런던에서 순수미술(조소, 사진, 예술영화)을 전공하였고(1995-2001), 200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그곳을 중심으로 작업, 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2002, 2004, 2005), 서울(2006), 빈(2014), 인스부르크(2015), 베를린(2009, 2011, 2014, 2016) 등에서 개인전을 하였고, 독일을 비롯하여 한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수많은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한국과 그 외에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에서도 다양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