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방 안의 코끼리

프로젝트 7½는 2018년 9월과 10월에 걸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두 개의 전시를 선보인다. 2018년 9월 13일부터 9월 29일까지 인도네시아 국립갤러리에서 <두 도시 이야기: 기억의 서사적 아카이브 III>가,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자카르타 역사 박물관에서 <방 안의 코끼리 An Elephant in the Room> 전시가 진행된다. 인도네시아국립갤러리와 자카르타역사박물관의 두 전시 모두 2014년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7 1/2 프로젝트의 연장선 상에 있으며, 본 전시 <방 안의 코끼리 An Elephant in the Room> 이야기는 2019년 자카르타역사박물관에서 다시 이어진다.

 

자카르타역사박물관은 인도네시아의 옛 수도 코타(Kota)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카르타의 역사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건물은 1627년에 세워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이 건물은 암스테르담의 DAM 궁전 모형을 본 뜬 것으로 식민 통치 시절 시청으로 쓰였다. 1974년 자카르타역사박물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식민지시절 총독이 사용하던 각종 집기류를 당시의 모습대로 진열해 놓았다. 400년 전에 제작된 책장의 유리, 침실 가구와 탁자, 옛 지도 등을 볼 수 있다. 건물 지하에 죄수들을 수용했던 감옥도 보존돼 있다.

 

우리는 역사의 줄기 가운데 보이는 권력의 무상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권력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의 삶을 더 나아지게 혹은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의 좌표를 함께 설정하고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전시 제목 ‘방 안의 코끼리’는 명백한 문제나 어려움이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영어 관용어에서 차용했다. <두 도시 이야기: 기억의 서사적 아카이브> 전시가 큰 범주에서의 두 나라(도시)가 공유하는 역사 속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어지는 자카르타 역사박물관의 전시 <방 안의 코끼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아 보고자 한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객관적, 보편적인 사실과 주관적, 선택적인 기억들이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간극’을 본격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의 <두 도시 이야기: 기억의 서사적 아카이브> 전시에서의 간극이 지난 과거의 역사에 기반했다면, <방 안의 코끼리>는 동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전시의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술적 실천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함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2014년 “예술이란 무엇인가?” 원론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7½가 그동안 함께했던 작가들과 함께 제시하는 첫 구체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이 제안은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동안 박물관에서 접하지 못했던 다른 시각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를, 그리고 특정 계층이 부를 누리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예술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빛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예술을 통해 개개인이 말하지 못하는 여러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믿음이 힘을 얻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일상에서 실천해갈 수 있는 공공을 위한 예술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

믹스라이스

 

파기와 묻기

영상, 드로잉

가변크기

2018

 

우리가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과거에, 그리고 현재 서로 상징적으로만 서로를 인지하고 있을 때, 이 무지함 속에서 계속되어 온 작은 역사와 이야기들은 땅에 묻혔다. “나는 분절을 분절하고, 누더기처럼 잇고, 다시 분절한다. 나는 파고 묻는다. 묻고 판다. 씨를 심고, 뿌리를 캐낸다. 가스캔을 묻고 전기선을 파낸다. 쓰레기를 묻고 감자를 파낸다. 콘크리트 기둥을 묻고 유물을 꺼낸다. 과거의 사람들을 묻고, 쇠를 꺼낸다. 트럭의 바퀴를 파내고 금은보화를 묻는다. 폭탄을 파내고 석탄을 파낸다. 파란 바나나를 묻고 노란 바나나를 꺼낸다. 일기를 묻고 과거를 파낸다. 뼈를 파내고 밤을 묻는다. 냉장고를 묻고 싸구려 인형을 파낸다. 몸을 묻고 구멍을 파낸다. 주름을 묻고 기억을 파낸다.”(작가 노트 중)

 

 

2.

슬기와 민

 

지금 지구

10개 깃발

2018

 

이 깃발은 지구 언어의 불협 화음 같은 풍경을 묘사한다. 백색 소음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145개 언어로 ‘지금’을 뜻하는 말을 하나로 모아 중첩하는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개념이자 단어로서 ‘지금’은 화자와 시간의 밀접하고 구체적인 관계를 시사하지만, 특정 맥락 바깥에서는 의미가 모호해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리가 구체적이면서도 일시적으로 역사를 점유하는 방식을 잘 보여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3.

마하르디카 유다

 

사물과 이미지 사이

영상

2018

 

<술탄아궁과 JP 쿤의 전투> 회화 작업은 1973-1974년 화가 수조요노가 완성하였다. 이 회화 작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628년에서 1629년 자카르타 바트비아에서 전개된 술탄아궁과 얀 피터루스존 쿤 간의 전투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1974년 3월 30일에 알리 사디킨 전 장관이 창립한 자카르타 역사박물관 개관에 맞추어 탄생한 이 회화는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초기에 발생한 중요한 전투 사건을 기술하고 그리려는 시도였다. 또한 이 전투에 대한 네덜란드인들의 시각에 반대하는 일종의 ‘반서사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회화는 2008년 그리고 2012년 두 회에 걸쳐 복원되었는데, 회화 복원이 갖는 의미는 원본의 상태 또는 적어도 원본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복원을 통해 회화 원본의 본래 모습과 가깝게 되돌릴 수는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복원을 통해 회화에 담긴 대상의 시각도 함께 복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긴장감, 특히 관객 앞에서 이러한 긴장감은 어떻게 복원이 될 수 있을까?

 

 

4.

송상희

 

기거, 너와 나

영상 설치, 드로잉

2018

 

영상 작업 대본의 원작은 호시노 유키노부(Yukinobu Hoshino)作 『스페이스 판타지아』 3권 16장: 콜로니(vol. 3, chapter 16: Colony)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엽서들은 모두 1907~1941년 사이에 제작되었다. 인도네시아 엽서 15장, 한국 엽서 5장, 일본 엽서 1장(새 그림 엽서), 미국엽서 1장(박제동물 엽서),총 22장이다. 인도네시아 엽서들은 엽서 뒷면에 네델란드어(Briefkaart uit Nederlandsch-Indië)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인도네시아 엽서들은 1907~1941년 당시 인도네시아에 있던 네델란드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엽서도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한 제국-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에 머물렀던 외국 사람, 주로 일본인들이 이 엽서를 통해 본국의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영상 작업 속 엽서와 함께 등장하는 장소는 그 엽서의 ‘그 곳’ 이다. 같은 장소이지만 90-100년의 간극이 있는 과거와 현재 모습이다. 작가는 가능한 그 엽서의 장소와 동일한곳을 찾아가서, 엽서와 같은 시선으로 촬영하고자 노력했다. 사람이 등장하는 엽서들은 ‘그 때 그 사람이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라고 짐작되는 장소에가서 촬영하였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으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포로로 잡혀 있었던 곳으로 짐작되는 전쟁 포로 수용소였던 건물들(현재는 대부분 학교로 쓰인다) 또는 반둥의 수카미스킨 감옥 등이다. 2차세계대전 인도네시아 자바 섬이 포로수용소, 감옥들의 정보는 ‘Indische Kamparchieven’ 사이트에서 참고했다. 음악은 쥐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의 ‘Mysteries Of The Macabre’이다. 트럼펫 연주는 피터 마레이유(Peter Masseurs), 아스코 앙상블(Asko Ensemble)이 함께 연주하였다. 영상 앞부분에 등장하는 음악은 나사(Nasa)가 제작한 보이저 금제 음반(Voyager Golden Record)에 녹음되어 있는 ‘지구의 소리(The Sound of Earth)’이다.

 

 

5.

이르완 아흐멧 & 티타 살리나

 

베리부 부닥

아카이빙, 페인팅, 설치

2018-ongoing

 

이 작업은 이르완 아흐멧과 티타 살리나가 2018년 일본 아트 매바시 레지던시 프로그램 중 진행했던 연구 프로젝트로 가와하라 게이가 (1786–1860)와 VOC-오퍼호프든( 데지마의 역대 네덜란드 상관장)의 일지를 통해 바타비아(Batavia)와 데지마(Dejima) 사이의 역사적인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2 세기 이상 동안 서구 무역에 개방된 유일한 장소였다. 당시 바타비아는 VOC의 본부였고 아시아 지역 전체의 전략 지역에서 네덜란드인들의 확장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술가의 관점에서 이르완과 티타는 나가사키만의 인공 섬에 VOC가 노예로 선적한 군도 출신 사람들의 존재를 추적한다. 당시 VOC의 본사는 바타비아에 있었으며 이곳은 아시아 지역에서 네덜란드 회사를 확장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673년 인구 조사 기록에 의하면 당시 그 도시는 2만 7천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고 그 중 1만 6천 명은 노예였다. VOC가 이런 벽을 지은 이유는 외부의 공격, 야생동물, 그리고 자바 사람들에 대한 내재적 공포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지역 신앙과 이슬람이 혼합되어 있어 중동과는 다르지만 이슬람에 대한 그들의 편견에서 자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VOC 는 자바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기 전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데지마로 보내진 노예들은 대부분 발리섬과 동부섬에서 왔다. 그들의 역할은 음식을 준비하고, 가축을 돌보며, 오락을 제공하고 그들의 주인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과 같은 역할을 했다. 가와하라 케이가의 그림과 VOC 오퍼호프든의 일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예들의 존재와 역할은 종종 단순히 장식적인 그림으로 묘사되는 정도이지 이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르완과 티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과 일지 속에 있는 노예들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제작하여 보인다. 그리고 잊혀진 역사 속 공간에서 당시 이 곳에 있었을 노예들의 모습을 되찾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자카르타 구 도심(Kota Tua) 거리의 예술가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해외로 노동자들을 많이 이주시키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서 외면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작업은 이러한 현대 사회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6.

최선아

 

직조된 무늬

비디오, 8′ 19″

2018

 

「직조된 무늬」는 책의 화보로 인쇄된 여러문화의 전통적인 패턴을 부분적으로 근접촬영하여 교차시키는 작업이다.

인도네시아의 바틱(Batik) 송켓(Songket), 오세아니아 지역의 타파(Tapa), 이슬람 문화권의 아라베스크(Arabesque), 한국의 민화(民畫)에 등장하는 장면과 패턴을 교차시켜 다양한 문화권의 차이점과 유사점이 시간과 선을 따라 움직이는 이미지의 형식으로, 추상적이지만 서사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7.

세미나

 

“200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 국공립기관의 아카이빙과 컬렉션”

2018.10.2-10.31

오후 2시

자카르타역사박물관 시네마룸

 

사회: 오선영 (큐레이터)

발제자: 마하르디카 유다 (작가)

 

[기록의 활성화]

역사적 기록은 한 시간대에서 다른 시간대로,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으로 이어짐에 따라 끝없는 지식의 원천이 된다. 특정한 시점의 사회적 상황은, 시대적 맥락에 의거하여 역사적 기록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기록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내러티브가 전개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내러티브를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시대인 오늘날, 역사적 기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역사적 기록에 대한 수정과 변경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용이성은 미래를 위해 과거를 살펴보고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한 재현과 반성 뿐 아니라 재해석의 가능성도 함께 열린 것이다. 과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국가나 학계가 구축한 역사적 기록은 대중이 구축한 역사적 기록과 맞부딪치곤 했다. 대중의 기록에 대한 접근성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대중이 구축한 소규모 내러티브의 물결과 국가가 구축한 대규모의 내러티브가 서로 마주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내러티브는 언제까지나 상충되는 관계를 유지하게 될까? 아니면, 소규모 내러티브는 대규모 내러티브를 보완하며 정당한 기록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될까? 역사적 기록에 대해서는 수많은 담화가 진행되어 왔으나, 인도네시아의 기록에 대한 이슈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날까지도 기록 관리는 즉각적인 처리가 필요한 중요한 문제이다. 현재 국가 기록과 민간 기록 분야 모두에서 영상 자료가 도외시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라. 이는 그저 역사적 기록의 파괴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기록을 읽고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지식을 생산하고 역사적 기록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닫아 버리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일은 소극적인 방식을 넘어 매우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과거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는 예술가들이 예술적 자원으로 역사적 기록을 사용하는 현상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를 되돌아보려는 노력과 니즈가 있다는 사실 뿐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와 학계에서 구축한 대규모 역사와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 소규모 역사 모두를 이해함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었으며, 문화 상품으로서 역사적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지식이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8.

커뮤니타스 히스토리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하는 전시투어

아셉 캄발리 (커뮤니타스 히스토리아 인도네시아 설립자)

2018년 10월 13일 오후 6시 30분 ~ 8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