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2015년 11월 28일 – 12월 5일
장소: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지하 1층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나는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문래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문래동 작가’라 칭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왜 이런 말이 생겼을까? ‘문래동 작가’에 속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궁금하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작업실이 홍대, 연남동, 성수동에 작업실이 있다고 해서 ‘홍대 작가’, ‘연남동 작가’ 혹은 ‘성수동 작가’라 칭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에는 문래동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갤러리 두들 디렉터인 최라윤 작가와 이포갤러리 디렉터 박지원 작가가 이런 말을 해 준 적 있었다. (또 여기서 공통된 특이 사항으로 발견되는 점은 작가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갤러리 모두 3년 이상 문래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쉽게도 갤러리 두들은 내년부터는 갤러리가 아닌 작가 작업실로 공간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래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인생에서 바닥을 한번씩은 치고 올라온 이들이 많다고. 그리고 1년 가까이 이곳 문래동에서 7 1/2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문래동 철공소 단지’라는 지역성에 근거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 곳에서 오래 지내온 작가들의 태도와 성향을 경험하면서 ‘문래동 스타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문래동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예술 지원 사업 규모도 더 확장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올 해 내가 느꼈던 ‘문래동 스타일’은 변하게 될지 아니면 ‘문래동 작가’는 시간이 많이 지나더라도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자리에 오래 머물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느 곳이던, 어떤 이들이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또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추억하며 웃음지을 날이 올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머물러 있었던 기간 동안 내가 경험한 것들, 지금의 모습, 지금 이 곳에 함께 공존하고 있는 이들이 내게는 한없이 소중하다.)
2015년 7 1/2 일곱 번째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이록현은 ‘문래동 작가’이며, 이번 전시는 그녀가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현재 문래동의 풍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록현 작가는 내가 문래동에서 만난 이들 중 가장 매력적인 작가였다. 그녀의 모습도 물론 매력이 있었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신중함, 자신이 예민한 만큼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작업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그것 자체로 내게는 매우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이록현 작가는 프랑스 유학 후 한국에 귀국하였고, 거처를 찾다 홍대 앞, 연남동을 거쳐 문래동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형편에 맞는 월세를 고려하였고, 생활과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2009년 이 곳 문래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년이면 팔 년째 접어드는 문래동에서의 생활은 이록현 작가의 작업에도 그녀의 삶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록현 작가의 전시 경력을 보면서 발견한 특징 중 하나인데 문래동으로 이주한 이후 주로 서울에서는 문래동 안에서만 전시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가에게 그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죠. 문래동 아니면 지방 어딘가. 특별히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먼저 작업을 소개하고 알린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이록현 작가에게만 국한된 현실은 아닌 듯 했다. 소위 ‘문래동 작가’라 칭하는 이들은 이 곳에서 이들만의 생활 터전을 만들어 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이들만의 독특한 색을 지닌 문화를 생성하고 있었다.
주로 문래동에서만 전시를 해 온 이록현 작가를 올 해 문래동에서의 7 1/2 프로젝트에 초대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간 7 1/2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모두 ‘문래동 작가’가 아닌 ‘이-주민’이었기에 한번은 문래동 작가의 시각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록현 작가의 그간 작업에서는 장소성에 대한 개념이 다루어지지 않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생각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이록현 작가가 생각하는 문래동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내 제안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제안이 강요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내 이러한 생각을 이 작가에게 솔직하게 그대로 전달했다. 다행히도 당시 서울시, 서울시립미술관 주최 문래동 간판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그 프로젝트에서 내가 전시 기획을 하게된 계기로(진행 과정에 전시는 취소되었다.) 이록현 작가에게 간판 프로젝트를 통해 느끼는 바를 텍스트 작업으로 제안해봐 주길 요청했다. 잠시 간판예술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하면, 문래동 작가들에게 인건비 지원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지역의 작가들이 철공소 간판을 새로 만들어준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웃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였으며, 2015년 9월부터 11월까지 대략 예순 여덟 개 정도의 간판이 교체되었다. 하지만 숫자에서 느껴지는 크기만큼 거리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며, 작가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목적 외 더 큰 파생효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이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이록현 작가는 문래동 철공소의 오랜 기운이 새 간판의 기운을 미처 느낄 새도 없이 눌러버린 것 이라고 표현했다. 그녀의 말을 통해 나는 이록현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변화 과정을 누구보다 더 예민하고 냉철하게 감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에서 전시 기획이 취소되면서 7 1/2 프로젝트에서의 이록현 작가 전시가 새로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처음 구상했던 텍스트 작업을 시작으로 지금의 전시를 만들게 되었다.
사는 동네의 새 간판이 올려지고 낡은 것들이 내려지는 광경들에서 왜 침전물상자라는 이름을 단 전시까지 오게되었는지 차분히 더듬을 시간도 없이 말 그대로 단상을, 작업한 시간들도 각각 달리하는 작업들을 왜 한데 묶었는지를 급하게 생각해보았다. 시간이 고스란히 내보여지던 간판들이 바뀌었을 때 난 무언가 많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었나 보다. 하지만 거기서 확인하게 된 것은 간판 하나로 어떻게 될 수 없는 쌓인 시간들이었다. 장소의 시간 사람의 시간…..
물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그 시간을 읽어내기란 어렵다 요즘은 이상하게 그 시간의 흔적들을 향수하는 반면 그에 못지않게 그 시간이 내보여지는 것에 질색하며 윤색하고 갈아치우기 바쁜 마음들이 많은 통에 더욱 어렵다. 간혹 흔적들이 모인 곳을 가면 으레 접근금지 띠를 두르고 박제화 되어있기 마련이다 몇 가지를 놓아두고 이야기를 건네려고 한다. 내가 보는 우리가 보는 이것들이 단지 풍경이겠냐고. (작가 노트)
이록현은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스트라스부르그 고등장식미술학교 예술학 과정 (DNAP, DNSEP)을 졸업하였다. 이록현은 <소년기 Boyhood>(대안예술공간 이포IPO, 2013), <고독의 나라로부터 Au pay de la solitude>(교동아트스튜디오, 2011), <오난의 밭 Le champs d’Onan>(Gallery space A, 2010)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아트스페이스 세이, 2015), 2014 랑카위비엔날레(말레이시아, 2014), <안내방송>(공간 두들, 2014)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큐레이터: 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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