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힘

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1 년으로, 특히 반둥 시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나는 HIV 와 마약 문제를 다루는 기관에서 시간제 사회 복지사로 일했다. 이 경험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관해 알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 일하는 동안,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성, 특히 주부의 역할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더 넓은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주부가 지닌 비범한 능력은 HIV 에 걸린 어린이들과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자신을 속상하게 했던 배우자로 인해 HIV 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역시나 HIV 에 감염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야 했던 주부들의 돌봄 본능, 살아남기 위한 분투는 비범했으며, 나는 많은 주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안다. 다음의 경험은 반둥에 있는 풀로사리 마을에서 독립적인 레지던시에 머물렀을 때 있었던 일로, 나는 그곳에서 3 개월 동안 매일 그곳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살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어머니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는 주부의 지위가 사회 안에서 상당히 전략적인 위치에 있기에 그들이 변화라는 개념을 구현하는 데 있어 매우 결정적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어머니들은 각 가족 안에서 통제력을 발휘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집단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의 역할은 그들의 대게 그들의 아내가 어떻게 지시하는지에 달렸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어머니의 역할이 사회 변화에 있어 얼마나 필수적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세데카 베닌 Sedekah Beninh, 베닌 자선 단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망 디안 Mang Dian 을 만났을 때, 망 디안은 이미 지역에서 어머니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세데가 베닌이 주부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의 일부인 “에막-에막의 힘 The Power of Emak-Emak” 프로그램이 구성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여기 참여하는 어머니들은 공동의 선을 위한 집단적 정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일꾼들이다. 이러한 권한이 주부들과 지역 사회에 유익하게 쓰이도록 수용되고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들은 일부가 손상된 공원을 포함해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꿈, 수확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꿈, 다른 지역의 여성들과 협력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자금과 인력의 부족 탓에 이런 바람이 이뤄질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 7 1/2 이 진행하는 “Look Who’s Talking”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제안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마침내 2022 년 2 월부터 9 월까지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몇 가지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망 로작 Mang Rojak 및 다른 남성 참가자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다.

 

2 주에 한 번 집단 수확이 진행되었고, 생산물 가운데 일부를 판매하여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과 나누었다. 이제는 다른 지역의 여러 어머니들이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어머니의 힘”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어머니들에게 열린 포럼이 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현지 여성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에막-에막의 힘”은 루쿤 테탕가 Rukun Tetangga 라는 아주 작은 지역에서 환경 문제와 식량 안보를 해결하기 위해 학계 및 제도권과 함께 일하는 주부 단체다. 이 단체는 주부들이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어머니들과 일하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점을 배우고 또 믿게 되었다.

 

– 빈센트 루말로인 Vincent Rumahloine –

 

 

 

KBBI(Kamus Besar Bahasa Indonesia, 인도네시아어 사전)에 따르면 (단수형) ‘mak(막)’에서 파생된 (복수형) ‘emak-emak(에막-에막)’은 어머니라고 불릴 자격이 있거나 어머니와 동등하다고 여겨지는 여성을 가리킨다. “에막- 에막의 힘”은 2016 년 초 인터넷상에서 밈(meme)을 통해 처음 나타났다. 도로에서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에막-에막,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 오토바이에 아이 셋을 태운 채 좌회전 신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저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보여졌다. 좌회전 신호와는 달리 오토바이가 우회적하거나 그 반대였고, 오토바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신호가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에막-에막은 갖가지 이유로 서둘러야만 해서 교통 법규를 어길 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또한 실제로는 자신이 하는 일이 틀리더라도 항상 자신의 행동이 옳고 용인되어야 한다는 핑계가 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사회에는 “여자는 언제나 옳다”는 식으로 낭만적인 삶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성차별적 표현을 가리키는 말이 따로 있다. 관계에서 다툼이 일어나기 전까지 오해가 존재한다는 점이 “남자는 항상 틀리고, 여자가 항상 옳다”는 말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이런 용어가 확장되어 실수를 하고서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 어린 여성들과 어머니들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저지른 법규 위반을 처리할 때, 에막- 에막만 법규를 위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에막-에막이 교통 법규를 어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될 때마다 이를 녹화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한 의도로 기록을 남긴다. 일상에서는 많은 점잖은 남성들 역시 오토바이를 타면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에막-에막의 법규 위반을 촬영하면 소셜 미디어에서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에막-에막’이라는 용어는 2018 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이며 인도네시아에서 점점 더 언급량이 늘어났다. 이 용어의 허구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여성 의회(Kowani)의 의장인 지오 루비나토 Giwo Rubinato 가 항의를 한 적도 있다. ‘에막-에막’이라는 용어는 1935 년 이래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던 조국의 어머니라는 개념과 반대되는 부정적 의미를 지닌 듯 보이기 때문이었다. 루비나토는 인도네시아 여성의 자질이나 가치를 훼손하려 ‘에막-에막’이라는 말을 쓰는데 반대했다.

 

이와 달리, 사회 안에서 에막-에막이 맡는 역할과 관련하여 문명을 건설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도네시아 데폭에서 열린 “에막- 에막의 힘, 카르티니에 대한 헌사 The Power of Emak-Emak, A Tribute to Kartini” 행사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토크쇼 형태로 열린 이 행사는 여성들이 어떻게 당대와 이후 세대의 여성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RA 카르티니 Raden Adjeng Kartini 의 투쟁과 가치를 흡수하여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다양한 과업에서 공로를 높일 수 있을지 보여주었다.

 

반둥에 있는 치보고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곳에서는 35-66 세의 어머니들이 사회에 대한 역할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스스로 “에막-에막의 힘”이라고 선언했다. 배구를 하고, 힘을 모아 마을을 청소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금속, 종이 상자를 수집했다. 배구팀으로서는 같은 도시에 있는 마을끼리 시합을 펼치고, 지역 외부에 있는 마을에서 경쟁을 펼쳤다. 훌륭하고 기운 넘치는 배구 경기는 마을의 자긍심을 높이는 여러 번의 승리로 이어진다. 그들이 이뤄낸 성취는 훈련 과정에서 가족과 지역사회가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규율과 지원 덕분이다.

 

팀워크는 배구장에 있는 시간 외에 매주 금요일 아침 주맛 베르시 Jum’at Bersih(금요일 청소)를 통해 환경과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줄 때에도 드러난다. 집 주변 거리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는 것이다. 마을 인근에서 주맛 베르시를 하는 동안, 다른 주민들도 초대하여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금속, 종이 쓰레기를 주울 수 있게 한다.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은 매월 10 일 영유아 및 노약자에게 다과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더 나아가, 방치되고 버려진 지역을 생산적인 농장으로 바꾸며 도시 농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농장은 부루안 사에 Buruan Sae 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명칭은 아름다운 뒤뜰을 의미한다. 그들은 케일, 양상추, 칠리, 토마토, 딸기 등 다양한 야채, 과일, 허브를 재배한다. 결국, “에막-에막의 힘”이라는 집단의 힘은 호나경을 위한 비범한 가치를 점차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들의 연대와 사회애 대한 공헌을 살펴보면서, 한국에 있는 사회적 협업 예술 프로젝트에서 치보고 마을의 에막-에막들에게 연락하여 “Look Who’s Talking”이라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반둥에 있는 제한적인 녹지 지역에서 도시 농업을 바꾸기 위해 에막-에막들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이들은 더러운 쓰레기 매립지를 생산적인 농장으로 전환하는데 관여한 망 오작 Mang Ojak 의 지시를 따른다.

 

도시 농업을 유지하는데 있어 이들 집단의 존재는 식량이 오가는 물류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해 마을 사람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수확한 농작물을 나눠준다. 또한, 2022 년 반둥에서 열린 도시 농업 대회에서는 다른 150 개 참여 팀을 제치고 준우승을 거두는 업적을 달성했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일과 앞으로 이뤄낼 수 있을 일이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환경을 유지하고 활용하는데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에막-에막의 힘”은 중립적인 표현이다.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에막-에막의 위상을 강화할 지, 심지어 훼손시킬지 여부를 내놓고 말한다. 반둥의 치보고 마을에 있는 에막-에막에게 이 용어는 공동체와 환경에 대한 협력, 인식, 헌신을 아우르는 영향력 있는 용어로 여겨진다.

– 델라 사바리니 Della Sabarini –